철새이동경로 인터뷰 시리즈 #27: 고(故) 장지영 처장, 생태지평연구소

고(故) 장지영 처장 ⓒ 도혜선

 

* 고(故) 장지영 처장님은 한국의 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평생 헌신한 보전운동가였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등, 갯벌 보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장지영 처장님은 2026년 6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 인터뷰는 장지영 처장님의 생전에 진행한 것으로, 그녀가 직접 전하는 생각과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장지영 처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주시고, 소중한 인터뷰 자료를 저희와 기꺼이 공유해 주신 도혜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처음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1996년부터 환경단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 당시 한국사회의 주요 환경문제 중 하나가 시화 간척사업과 수질오염이었습니다. 시화 간척사업은 경기만 일원의 시흥 갯벌과 안산 갯벌을 막아 산업단지와 농지를 조성하려던 사업입니다. 1987년 착공하여 1994년 12.7km의 방조제가 완성된 이후, 담수호인 시화호에 극심한 수질오염이 시작되어 ‘죽음의 호수’라는 이름으로 간척사업의 재앙적 심각성을 알리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 나는 이 사안의 담당자로 대응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주요 언론은 이 사안을 수질오염에만 집중했지만, 이러한 수질 오염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갯벌을 간척하면서 조류의 흐름이 멈추고, 갯벌 내부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일시에 대량 폐사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앙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환경부는 2000년 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공식 포기하고 해수유통을 결정하였습니다. 2011년 조력발전시설이 건설되면서 현재 시화호는 지속적인 해수유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시 1991년부터 방조제 33km의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고 있었던 새만금 간척사업 역시 세계 최대의 재앙이 될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화호 수질오염 대응을 계기로 새만금 갯벌의 보전을 위해 10여년간 다양한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까지 모두 헌신적으로 활동했지만, 결국 2006년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부분이 연결되었습니다. 이 결과로 EAAF 이동경로 상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도요물떼새들의 핵심적인 중간기착지이자 서식지인 새만금 갯벌이 오늘날까지 심각한 파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는 것을 보면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곳에 살고있는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자연은 어떤 방식이든지 개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후 나는 이러한 인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갯벌보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규모와 비슷한 간척사업이 계획되었지만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1998년 간척사업이 철회된 지역인 무안갯벌로 이주하여, 다양한 갯벌지역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갯벌 보전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4 갯벌 세계자연유산 국제 심포지엄에서 ⓒ 도혜선

 

2. 국내 활동에서 와덴해 공동사무국이나 주한 영국 대사관과의 협력으로 이어지게 된 과정(계기?)은 무엇이었나요?

시화호 오염과 새만금 간척사업이 사회적으로 부각됨에 따라 90년대 말에 갯벌보전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간대 습지인 ’갯벌‘ 보전의 모델 중 하나로 와덴해는 한국에서 점차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말로만 듣던 와덴해를 직접 가서 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1999년 11월 나는 결혼하면서 신혼여행으로 와덴해를 방문하였고, 계절적으로 11월은 와덴해에서 최적의 자연을 탐색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도 경험하였습니다.

이때 나는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와덴해 국립공원청에서 근무했던 (2025년 안타깝게도 많은 업적을 쌓고 돌아가신) Adi Kellermann 박사님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와덴해와의 협력관계를 다양한 분야에서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갯벌 보전을 위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기반으로 2009년 한국 해양수산부는 와덴해 3국과 MOU를 체결하였고, 그 이래로 정보와 지식 공유, 모니터링, 보호관리, 철새와 해양포유류, 인식증진과 교육, 방문객센터 건립과 운영, 지속가능한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협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MOU가 체결된 2009년 같은 해, 와덴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성공하면서 한국 갯벌 보전의 방향성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생태지평연구소(Eco-Horizon Institute, EHI)는 인식증진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생각하여, 한국에서 갯벌 보전에 관심있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계 기관, NGO, 지역주민들과 함께 와덴해 연구방문 프로그램을 매년 추진해 왔습니다. 또한 동시에 와덴해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와덴해 모델을 참고하여 2021년 한국의 갯벌도 많은 파트너 기관들과 협력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과의 교류, 협력은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한국 방문을 기념하여, 주한 영국대사관이 한국 NGO에 제공한 습지보전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RSPB와 WWT에서 관리하는 영국 현지의 다양한 습지를 방문하고 관련 정부관계자들과도 미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또한 영국의 습지 전문가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워크숍도 개최하였습니다.

당시 새만금 간척사업 등이 한창 추진되고 있던 한국의 현실에서 영국의 철새를 보전하기 위한 습지 보전과 복원, 방문객센터 운영은 우리에게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현재 조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갯벌보활동의 중심역할을 할 갯벌방문객센터 건립이었고, 당시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인천광역시와 강화군을 설득해서 영국습지 방문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국 습지 현지 방문을 통해 갯벌과 철새의 보전이 지역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 습지를 방문했던 지자체 단체장과 행정 공무원들에게도 현장의 경험은 강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 WWT의 자문을 받아 2005년 강화군에 처음으로 강화갯벌센터가 건립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NGO-지자체 공동 협력으로 이루어진 방문자센터 건립의 첫 사례였습니다.

내가 영국 습지를 처음 방문한지 벌써 25년 이상 지났고, 지금 한국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전세계적인 펜데믹으로 인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갯벌 보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 024년 한국 해양수산부와 RSPB간 MOU 체결이 되고 국내 갯벌 보전을 위한 다양한 법과 정책들이 새롭게 정비되고 있으며, 철새 모니터링 등 보호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25년 전 영국 습지에서 보았지만 요원했던 꿈이, 현재 RSPB의 자문을 받아 고창갯벌 세계유산 완충지역에서 철새 휴식지와 번식지 복원사업 추진으로 영국과의 놀라운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만조시 도요물떼새 휴식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배후 지역의 첫 복원 시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협력으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의 단초를 제공해 준 주한영국대사관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3.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러한 국제 협력이 한국의 갯벌 보전이나 정책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과거 한국은 간척의 나라였습니다. 일본제국주의 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래로 90년대 후반까지 피폐해진 나라에서 식량 안보와 산업과 도시, 항만용지 확보를 위해 염습지와 갯벌을 대규모로 간척해 왔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등 국가주도 대규모 간척사업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갯벌 보전의 중요성이 뒤늦게나마 인식된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많은 국제단체들의 지원과 도움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당시 한국 사회에 부족했던 습지와 생물다양성 등 국제협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1997년 한국정부는 람사르협약 가입을 시작으로 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협약에 가입하여 국제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갯벌 보전정책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새 중간기착지와 서식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철새 이동경로 상에 있는 국가들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함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기능적으로 개별 서식지 보전을 넘어 철새 서식지 네트워크를 보전하는 것이 철새들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의깊게 보게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EAAF 이동경로상 황해/서해 조간대 습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치적 체제가 달라 어려움은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 한국과 중국, 북한의 협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와덴해 등 갯벌과 관련한 국제협력은 서식지인 갯벌과 이동성 조류의 보전이라는 포괄적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 공유, 모니터링, 보호관리, 대중인식증진과 관광, 복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교류협력의 주체 역시 중앙정부와 지자체, NGO와 주민단체, 전문가, 기업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거버넌스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갯벌은 한국 대중들에게 저서무척추동물의 서식지이자, 오랜 기간 어업에 기반한 어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어업은 농업과 더불어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식량공급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후에는 철새들의 서식지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탐조인의 수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건전한 탐조 문화의 정착을 통해 사람들이 새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서해 조간대 및 해안 습지 보전을 위한 회의 ⓒ 도혜선

 

4.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와 개인적인 비전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의 등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지역 지자체의 기본적인 관심과 동의가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어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세계유산 등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상지를 법정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가장 핵심적인 문턱을 넘는 것입니다. 생태지평연구소는 주민 설득과 파트너십 형성을 위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참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접 등재신청서 집필자로 역할을 하면서 귀한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갯벌 1단계 등재 최종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미등재된 한국의 갯벌을 대상으로 2단계 추가 등재 추진을 권고했고, 한국 정부도 이를 달성하기 의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에 대한 설득과 동의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강화 남단 갯벌을 포함한 인천, 경기만 갯벌이 세계유산 추가 등재 추진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갯벌보전과 이동성 조류의 중요 기착지 보전활동 차원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지자체와 주민 설득 그리고 세계유산 등재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과제라 판단합니다.

더불어 나의 개인적인 비전은 한국의 갯벌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점차 추가 확대 등재되면, 결국 새만금 갯벌에도 해수유통과 복원의 기회가 다시 주어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갯벌 보전의 희망과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갯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전과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만금 갯벌의 복원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도 시대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독일, 호주 전문가들과 서천군’ 함께 그린 연구소’ 방문 ⓒ 도혜선

5. 현재 한국의 보전 활동들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 갯벌은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쓸모없는 땅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되었습니다. 갯벌이 쓸모없는 자연에서 세계유산까지 등재된 것은 한국 역사상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오랜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갯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되었고, 인식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행동의 변화는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갯벌의 보전은 모두가 인정하고 동의하는 정책입니다.

이렇게 갯벌의 보전을 위한 여건은 성숙하였지만,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위협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기후위기로 인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강화되면서 철새들의 서식지, 휴식지, 이동경로에 큰 위협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갯벌 주변에서 철새들의 만조시 휴식지가 되어준 염전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육상과 해상 풍력 발전시설과 송전선로 설치 계획으로 인해 갯벌의 경관과 철새들의 서식지와 이동경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은 한국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역 경제발전을 내세운 신공항과 교량 등 인프라 추진으로 인한 위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양에서의 환경영향평가(EIA)와 유산영향평가(HIA) 등 사전예방적 대응 체계의 강화, 그리고 철저한 해양공간 관리계획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활동에 동반자가 되어준 명호씨(Mr. Myoung Ho)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故) 장지영 처장과 명호 소장, 동료들 ⓒ 도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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